무성의하게 불쑥 내민 저의 답변에 대해 성의있고 조리있는 의견을 말씀해주신 귀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생들이 학점이나 편하게 따려고 그런다는 말은 어차피 농담삼아 한 말이고 (물론, 저 아래 글 올려놓은 사람들 중에는 그런 친구도 분명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열심히 좋은 강의를 듣고 싶어 하겠지요.

사실, 제가 미국 대학에서 강의할 때 상당히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론 분야 강의는 미국교수들이 주로 하고, 가장 미국 현실 정책을 다루는 분야(재정학)는 외국교수가 했으니...

그때는 정말 열심히 가르쳐서 강의 평가가 상당히 좋은 편이 었습니다. 강의에 대한 불평은 별로 없고, 궂이 불만이 있으면..."처음 10분은 농담만 해서 귀중한 수업기간을 낭비한다" 라고 쓴 아이가 5년 동안 1-2명 있었습니다. (미국에도..."선생님, 오늘 시험보기로 했는데 왜 안보시죠.." 라고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다 사람사는 동네인데)

강의를 성의있게 하는 만큼 학생부담도 많았습니다. 시험2번, 숙제5번은 기본이고, 간단한 에세이 까지 요구했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한국 학생을 가르쳐 열의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저 같이 정책을 공부하는 사람은 모국에서 직접 현실을 걱정하며 공부도 하고 강의도 하는 것이 더 할 나위없는 보람입니다 (그래서 귀국했고).

아마, 귀하께서 얘기한 부분

"저도 가끔은 과외를 하는 것에 회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우선 학생이 열심히 안할때와 그리고 제가 열성없이 성의없이 대충가르쳤다고 느껴질때입니다."

이 상당한 정도 내가 강사를 쓰려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있고...또 학생들에게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될 것입니다.

학부-대학원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이므로 한 번 더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만....지금으로는 재정학 수업시간/강사가 조정시간표에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후로 몰아서).

조금 부담스러운 점은, 현재 제가 2002년 부터 연구년을 택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것도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어느 과목이건 2년 이상 강의를 안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일로 "논란" 이란 표현까지 쓰게 만들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들 강사인데 너마저 강사쓰냐...하는 식의 표현들은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강사만도 못한 교수도 수두룩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