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주신 분께,

지금 막 오늘저녁 방송예정인 KBS뉴스 인터뷰를 하나했습니다. 내용은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공정위/금감위의 비상임위원들이 기업이나 은행의 사외이사를 겸하는 것"에 대한 논평이었습니다.

제 의견은 (얼마나 안짤리고 제대로 나오는지는 별개 문제지만) "사람이 유능해 정부나 기업에 두루두루 자문하는 것 좋다. 그러나 사외이사는 보수를 받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런 사람이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정부기구의 위원이 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장 그만둬, 때치.." "이런 문제는 결국 "이해관계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 이 얼마나 심각하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되는 것으로서 일률적인 잣대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차제에 외국처럼 공직자의 겸직과 관련된 법규정을 투명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귀국해서 한국을 배우며 가장 당황했던 것이 사람들이 , 또 이 사회가 "fairness"에 관한 문제를 너무나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입시에 참가하는 예체능 교수가 과외를 하다니..무슨 이런 썩은 나라가 다있습니까.

얼마전 국민혈세로 국제대학원이라는 것을 지원했는데..당시 심사위원하던 자들 상당수가 그길로 대학원장들을 했습니다. 본인이야 심사당시에는 생각조차 안했다고 우기겠지만...

예컨대, 미국의 법무장관이 임기후 일정기간 사기업에 취업을 못하는 게 규정을 만든 것은, 이런 문제는 이러쿵 저러쿵 "동기" 를 따질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투명한 원칙을 만들고 따르면 최선입니다.

작년인가, 유종근 전북지사가 대통령고문을 하며 실세로 남아있던 시절 그의 동생(유종성)이 경실련 사무총장을 했습니다. 공개석상에서 제가 과감하게 질문했습니다. "
한국에서 시민단체의 위상/역할을 고려할 때, 두 분 중에 한 분은 사임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 아니냐고..."

그 분 답변이, 전라북도는 경실련 때문에 죽겠다고(새만금호)...명절때 형제끼리 만나면 다툰다고....그냥 그정도에서 웃고 넘어갔지만, 제 질문의 요점은 두 형제분의 인격을 의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 아닙니까...그러나 법은 누가, 누구를 위해 만드는 것인지요..

과외금지을 위헌으로 만든 것이 자기 치적인것 처럼 우쭐대며 은퇴한 헌법재판소장...이런 것이 꼴보기 싫어 제 전공도 아니지만 "그래도 과외규제는 해야" 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것도 조선일보에!!!: 참고로, 저는 기고는 안 합니다. 기고 요청이 오면 선별해 씁니다)

위헌 결정을 하고..찬성한 재판관들이 우리도 과외가 허용되 부모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가슴아프다고 말했습니다....이 사람들이, 부유한 계층이, 파출부해서 과외비 대야하는 서민 심정을 어떻게 압니까...제가 학생 여러분들께 중간시험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도 이해한다고 하면 여러분 약오르시지요.

.....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었습니다. KBS인터뷰가 끝나고 Off-the-record로 기자에게 "당연히 겸직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 자신도 돌아보는 계기가 됬습니다. 나도 이런 저런 위원회에도 끼고...자문위원 이름도 많이 걸려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 그 곳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 점은 매우 떳떳합니다...전문가/지식인으로서의 자문이므로 돈 받는 직책과는 거리가 먼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건 제 생각일 뿐...다른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fairness" 는 사회가 결정하는 감정입니다.

이제, 조선일보에 대한 나의 소감을 적겠습니다. 제가 비교적 "열씨미" 교양을 가르치던 몇년전, 수업시간에서 조차 조선일보를 비판적으로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울 것이 없어 "이승만" 을 세우냐고...등등. YS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등등...역사를 누가 감히 그리 쉽게 정의하려 드냐고...

비교적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나에게 조선일보의 논조가 와 닿지 않는 것은 당연하겠지요...작년인가 최장집사건 있던 무렵..사석에서 "역시, 조선일보가 그렇지뭐" 라는 말을 했다가 같이 있던 보수적 색채의 변호사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땅에 조선일보라도 있으니 "보수주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최장집이 뭐 대단한 학자도 아니고, 정권의 친위부대 정도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

이 의견에 제가 얼마나 동의하는 지에 관계없이, 한 가지 분명히 느낀 것이 있습니다. 지식인이 가지기 쉬운 오만과 자만에 대해....

저도 압니다. 보수 와 진보..다 인정해주어야 할 가치이고,...우리나라의 제도권 언론이 보수 아닌 것들이 얼마나 되고...(현 정부들어 동아/한겨레를 보아도 그렇고)

흠, 조선일보....
그들의 논조가 보수주의라고 비판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물론, 저도 압니다. 조선일보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속 마음을...

최근 제가 조선-중앙에 집중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첫째, 이 두 신문은 양대 일간지 입니다. (재벌처럼, 언론도 파워가 집중되어있습니다. 발생부수의 측면에서 볼때 동아는 먼 3위 입니다. 그리고는 유사한 4위들이 몰려있습니다.) 제 생각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 두 신문보다 좋은 경우가 없습니다.

두 번째로, 이유가 어찌 됐건, 현재 이 두 신문이 가장 "야성" 이 강한 신문입니다.

...사실 Wall Stree Journal 은 보수적인 신문입니다만, 컬럼은 진보적인 사람도 씁니다. 우리 신문들도...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그래도 이런 큰 신문들은 제 글에 손을 대지는 않습니다... (얼마전 어떤 신문에서 제 글의 내용을 멋대로 손대고 실어서 당분간 그 곳에는 안쓰기로 했습니다)

사실, 질문에 무슨 답변을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나도 가끔 생각하는 문제를 거론 했기에 떠오르는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기고 있는 것입니다.

공적자금이 발표된 지난 금요일....저는 내노라 하는 신문사 (조선, 동아, 한국 등등; 중앙은 하루 전에 썼고) 5군데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고, 방송사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이 분야는 제가 제일 권위라고 헛된 소문이 퍼져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선은 제일 먼저 연락을 한 신문입니다. 순발력이 대단하더군요...다른 신문사는 그날(금) 오후에 연락해 그 다음날 마감주고 일요일자에 싣는 것인데..조선은 정부발표 1시간후에 연락이 와..그날 마감시간까지 써서 다음날(토) 나왔습니다...결국, 다음날 시의적절하게 공적자금 시론이 실린 것은 조선 하나였고(그것도 가장 권위있는 필자중의 하나에게...안다! 안다! 내 이제 "말기"라는것)...다른 신문들은 일요일에 시론을 실었는데..누가 일요일자 신문 보나요.

흠, "순발력"...조선의 생명인 것 같습니다. 기업체라는 차원에서 보면 정말 뛰어난 언론기업니다(여러 측면에서)...최근의 젊은 조선기자들 아주 뛰어납니다..프라이드도 셉니다...Best 직장에 다닌다는..

이 순발력...한 때 제가 조선을 비판하던 그 대목입니다.
정권이 바뀔때나..세상이 바뀔때...

요즘, 제가 가장 활발하게 경제에 대해서 쓰는 학자라는 사실 저도 잘 압니다...그러나 결과를 다 보고 시류에 편승해 글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다국적 수업시간에 이미 작년부터 쓴 글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DJ가 작년 11월 위기끝하고 선언했을때, 이에 반박한 글...99년 5월 새 경제팀이 들어섰을때 섣부른 성장보다 안정에 치중해 미래에 대비하는 글...분배를 단순히 이기적인 정치논리로만 보지말라는 내용 등)

...지금 보아도 한 줄도 고칠 것이 없습니다. 글쎄요...아마 나 자신 내 입장에 부끄러움이 없으니 어느 신문에 쓰건 상관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잡상이 귀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닙니다. 저도 더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좋습니다. 아래에 광고한 것 처럼, 새롭게 출발하는 홈페이지는 좀 더 이런 진지한 토론의 장을 넓힐 생각입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 함께 나아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