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님께서 쓰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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ː그 때 정신이 번쩍 나게하는 교수님의 말씀,
ː우리대학 모교수님께서 신문에
ː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몇 년 동안 교수생활을 했던 나도 마사회 기사의 연봉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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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마사회 운전기사의 월급이 6000만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허탈해했다. 미국까지 건너가 등록금 비싼 사립대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교수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는 나의 경우에도 연봉이 여기에 못 미친다. 기사가 교수보다 월급을 적게 받아 마땅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 실정으로 볼 때 이 직원의 업무가 이 정도의 금전적 가치가 있는가에 놀라는 것이다. "

교수님께서 지적하시는 것은 교수 월급 적다는 것이 아니라 마사회 운전기사 월급이 터무니없이 많다는 것인것이겠지요. 하지만, (학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교수 월급은 (마사회 운전기사 월급 뿐만 아니라) 왠만한 직업에 비해서, 그리고 교수가 되기까지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서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자 내지 교수가 되는것도 힘들지만, 되고 나도 보수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멀고 험난한 가시밭 길 뒤에 작은 빵 한조각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 길을 가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정말 ... 저에게도 경제학을 평생의 밥줄로 생각할까 말까 평소에도 늘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인것 같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전공한지 이제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은 99학번 학생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느낀 경제학의 매력 만큼이나 많이 교수님들께서 박봉에 대한 불평을 하시는 것을 들어왔습니다. 물론, 저희 학교는 국공립대학에 속하기 때문에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 교수님들 봉급보다 더욱 적겠지요.

제가 1학년 2학기 때, 경제원론2 수업을 배웠던 최재필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셨습니다. 경제성장 부분에서 멜서스 경제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시며 S=aL (S:생존선, a:최저생계비용, L:노동력 또는 인구) 이라는 식에 이르렀을 때, "여러분, a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십니까? 서울대학교 교수 월급입니다."
결국 최재필 교수님은 그 학기를 마치고, ..콜럼비아대학 부교수로 계시다가 저희 학교로 오신지 1년만에 다시 미시간 대학으로 가셨습니다.

저희학교에서 경제사를 가르치시는 양동휴 교수님은 얼마전에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 지난 달, 봉급 받고 나니깐 솔직히 눈물이 나더라. 240만원이었는데.. 그 지난달에는 350만원이던 것이 왜 또 깎였는지.. 미국 유학갔다 오고 20년 가까이 교수생활 했는데 내 제자들 학부졸업하고 받는 초봉 정도 받는거야."

전 전주성 교수님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이곳을 통해 대략 알게된.. 교수님께서 지금껏 지나온 길을 보면.. 한국인 경제학자로서는 남들이 가고 싶어하는 ..다들 부러워할만한 길을 지나오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 하더라도 전교수님처럼 그렇게 Top 스쿨에서 admission을 받을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유명한 교수 눈에 들어 그 아래에서 논문을 쓸 수 있겠는가는 더욱 자신없고, 좋은 논문을 써서 좋은 대학에 조교수로 갈 수 있을지는 더더욱 미지수인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교수님 연봉이 마사회 운전기사 연봉보다 적다는 것은 저를 더욱 좌절하게 만드네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다음과 같은 반론이 있겠지요. 너는 학자라는 직업의 가치를 연봉으로 평가하느냐고.. 이에 대해서는 제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겠네요. 연봉만 보고 학자가 되려한다면, 당연히 고민할여지 없이.. 학자가 될 생각을 전혀 안 하겠지요.

.. 혹시라도 저의 효용함수
U(연봉,자아실현에 대한 성취감,social position,등등)와 이들 변수에 대한 각종 직업의 예산 제약선을 계량화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직업이 저의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직업인지에 대한 답이 한 번에 나올텐데...음.. 그런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하니깐... ^^ ..이제 뭔가에 대해 슬슬 준비해야할 시기에.. 참으로 고민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