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상관계 '험로' 예고

美새경제팀 인선완료… 카드 비서실장 내정자 '악연'많아
새로 짜여진 미국 부시행정부의 경제팀 면면만 보면 초반 한미 경제관계가 그다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거센 통상압력이 예상되지만, 부시 경제팀과 '핫 라인'을 유지할 만한 국내 인맥이 없기 때문이다.

앤드루 카드의 악연 '부시맨(부시행정부 주요인사들을 일컫는 말)' 가운데 우리나라와 직접적 인연을 가진 사람을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하지만 그와 한국과의 관계는 '악연' 일색이다. 부시(아버지) 행정부 시절 교통부장관을 지냈던 그는 1997년 미국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자동차공업협회(AAMA) 회장으로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 압력의 첨병에 서서 '슈퍼 301조' 발동을 주도했다.

당시 그는 한국을 방문, 통상산업부측에 수입장벽철폐를 요구하다가 오강현 통상무역실장(현 한국철도차량 사장)과 고성이 오갈 정도로 언쟁을 벌인 후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도 있다.

당국과 업계는 ▦새 행정부가 친(親)기업가적이고 ▦최근 한국의 자동차수입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데다 ▦카드 비서실장의 입김까지 가세할 경우 자동차시장 개방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우려한다.

인맥부재 부시 경제팀의 양 축은 폴 오닐 재무장관 내정자와 로렌스 린지 대통령경제보좌관 내정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권출범 초엔 인맥이 특히 중요한데 이들과 채널을 구축할 만한 국내인사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린지의 스승이자, 부시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친 마틴 펠트슈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제자로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가 있다. 전 교수는 과거 린지와도 하버드대에서 함께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닐의 반사이익? 기업인 출신인 오닐의 재무장관 임명은 미국내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업가 출신이 재무장관을 맡을 경우 수출업자 시각에서 정책을 펴기 때문에 '달러 약세, 엔화 강세'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 수출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금융센터 조사에 따르면 존 코널리(1971~72년), 마이클 블루멘탈(77~79년), 제임스 베이커(85~88년), 로이드 벤슨(93~94년)등 과거 비금융인 출신이 재무장관을 맡았을 경우에는 대부분 달러 약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도널드 리건(81~85년), 로버트 루빈(95~99년) 등 금융인 출신 재무장관 시절엔 달러는 강세기조를 이어갔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입력시간 2001/01/08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