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미리 못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실 제가 TV에 자주 나오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사람
들이 많이 보는 8(9)시 뉴스에 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에서 부르면 가리지 않고 뛰어가는 그런 교수는 아니라고 자평합니다. TV도 뉴스인터뷰외에는 가급적 사양하고, 신문기고 청탁도 가려서 일부만 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예외적으로 1시간 짜리 특강(2/28일 MBC)을 했습니다. 다른 기획프로그램이나 토론과는 달리 순수하게 내 식대로 50분 정도를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 나쁜 Offer는 아니지요?)

이전에도 케이블에서 강의요청이 있었지만...사양했는데 MBC에서의 1시간짜리 특강은 기꺼이 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의 경제문제에 대해 일반 독자(시청자)에게 제 생각을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신문 컬럼은 특정 주제에 대해, 원고지 10매 정도로 축약해 써야하므로...)

또, 가급적 강의를 희망적인 톤으로 해 달라는 주문이 저에게는 도전으로 들렸습니다...요즘, 경제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는 글을 쓰면..."지나친 비관론을 위기를 조장한다" 라는 헛소리로 대답하는 일부 관료 과 어용학자들(끈질긴 생명력의, 정말 메스껍고 지겨운 쓰레기들!...그렇게 권력에 아양떨 재주가 있으면 돈이나 벌지...내가 그들처럼 아첨연습할 시간있다면 차라리 요리 실습을 한 시간 더 하겠다...) 이 설치는 덕에 어지간한 배짱없는 사람들은 정부 비판도 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저도 작년 하반기 이후 정부정책을 비판하는조의 글을 많이 쓴 편입니다...그러니 경제가 뭔지도 모르는 무식한 분들(excuse my language, today!) 들이 나를 무슨 비관이나 하는 사람 쯤으로 여길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땅의 니편-네편 편가르기 풍조는 소위 자칭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더 한 것 같습니다...초등학생 수준의 흑백논리를 펴는 것도..그 정도 밖에 능력이 안되는 것이니까 별수 없는 일이고)

좋다! 정부눈치봐야 하는 공영방송인 MBC체면도 살려주고, 나의 진짜 생각도 쉽게 풀어주고, 무엇보다 내가 얼마나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인생관을 가졌는지 입증해 보이자.....이런 기분으로 준비할 시간도 없는 상태에서 응낙을 했는데...문제는 강의를 정말, 예상대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했다는 사실입니다.

녹화를 미리 떴는데...좀처럼 감기에 안걸리는 내가 그 무렵 근 2년 만에 감기증세를 앓았습니다. 사실 그 주에 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스트레스에 젖어 살았습니다. 덕분에, 리허설 한 번 못해보고, 녹화 전날 강의안을 한번 타자로 쳐본 정도를 가지고 강의에 임했으니....

..당연히 내 자신의 강의에 실망했고..또, 리허설을 못해 시간 예측을 못한 탓에, 예상보다 강의를 너무 빨리 끝내...제작진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나중 질의응답으로 보충해 보기에는 별 문제 없었지만) ..솔직히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며 집에서 정식 리허설도 한 번 안해본 내가 한심했읍니다 (헉! 이런 교수가 강의 준비를 할 리가 없다고!!)

이런 사연 때문에 KCEF에 광고를 안 한 것입니다. 제 맘에 안드는 강의를 남에게 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전날 감기를 없애느라...평소 안쓰던 나만의 건강비법(나중 대학사계에 공개하겠습니다)을 총동원해 겨우 목소리를 보전했지만...몸은 몹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말이 그렇지, 카메라 앞에서 한 시간을 자연 스럽게 강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더군요.

물론 강의 내용은 제 나름대로 평소생각을 정리한 것이므로 만족합니다만...

...오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혼자서 집에 쭈구리고 앉아, 죄진 사람 심정으로 TV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워낙 기대를 안 했던 탓인지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았습니다...그래, 첫 TV강의인데..좀 모자란 듯 해야 나중에 더 잘하지 하고 위안을 삼기로 했고, 비디오를 강의 시간에 틀기로 했습니다. (다음학기 경제와 사회 시간에) 나중 Outline은 따로 정리해 새롭게 바뀔 '경제특강'에도 올리겠습니다.

...물론, 강의 내용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강조하는 대목이 들어가 있습니다. 썰렁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유머도 튀어나왔습니다.

아! 한가지 더! 김용옥이 강의하고야 비교할 수 없지요.

그래도 제 강의는 그 어떤 다른 전문가들이 본다해도 챙피하지는 않으니까...또, 목소리도 일부로 안 비틀었고...이놈, 저년하는 식으로 시선끄는 쌍욕도 안 했고...yes! 대머리도 아니고....책 팔아먹는 유치한 잔 꾀도 안 부렸고...

하지만, 청중으로 온 아줌마들은 고생 많았지요...어렵기 짝이 없는 강의를 졸지 않고 들어야하고, 때 맞춰 고개도 끄덕이느라...방송국에 오면 누구나 연기가 느는 것인지도..

새학기에 다시 활발해질 KCEF에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