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254번 글에 largesea님이 리플을 달았었고, 제가

또 그 글에다가 리플을 달았었습니다.

저희과 (서울대 경제학부) 게시판에 오늘 어떤 질문이

올라왔는데, 제가 그 글에 답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비록 남자지만) "여성 경제학도에 대한 사회적

인 제약"과 관련하여 이전에 이곳에 썼던 것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그 답변 글을 올려봅니다.






자유게시판

작성자 [ 궁금 ] - 2001년 05월 06일 오후 9시 17분에 남기신 글


ⓝ 설대경제학부엔 여학생이 얼마나? 조회수 [ 46 ]



몇퍼센트 쯤 되나요? 그리고 그 수가 느는 추센가요
어떤가요?
그리고 여학생들의 진로는 대개 어떤쪽으로 가나요?
제 동생이 고3인데 (전교1,2등)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작성자 [ joseph ] - 2001년 05월 06일 오후 11시 11분에 남기신 글


ⓝ ☞ 설대경제학부엔 여학생이 얼마나? 조회수 [ 31 ]



서울대 경제학부는

서울대 인문 사회계열 전체에서 여학생이 가장 적은 축에 듭니다.

90년대 중반에는 대략 10%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20%를 약간 상회하고 있습

니다. 220명 중에서, 00,01의 경우 50명 안팎 정도 되는 것 같구요. 그 수

는 점차 느는 추세입니다.

90년대 초반, 경제학부가 경제학과와 국제경제학과로 독립하여 존재하였을 당

시에는 경제학과에는 여학우가 140명 중에 1~2명, 국제경제학과에는 70명 중

에 10여명 정도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70년을 전후한 학번에서는 한 교

수님께서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상대 전체에 여학생이 한 명도 안 들어온 적

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여학생들의 진로는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사회의 차별 탓인지, 기본적으로는

자격증이나 고시, 학위, 4.X의 학점 등 객관적으로 증명이 되는 경쟁력을 갖추

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즉, 대개의 경우 극단적으로 위험 회피적이고

사회의 성적인 차별을 뚫을 만한 확실한 super-signal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려

고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signal을 "확보"하는 일 자체에 초점을 맞

추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적, 정력적, 경제적 기회비용이 따른다는 것이고, 확실

한 signal의 경우 (고시나 사시,CPA를 보거나 학점에 심하게 집착하는 경우처

럼) 그 기회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른 노력을 거

의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과 (서울대 경제학부)의 강점이라면, 정말 다양한 진로의 스펙트럼을 갖

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다른 과들 처럼 고시를 봐야지만 전공을 살릴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기업체에 취직을 해야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

고, 학문을 하는 방법 외에도 전공을 써먹을 기회가 많은 전공인 탓인지 고시

나 자격증에서 두각을 보이는 인원도 많지만,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려고 정

말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수학이나 통계학,

컴퓨터 쪽에 대단한 실력자들도 많고, 심지어는 전자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

는 사람도 있고, 금융이나 마케팅쪽에 상당한 내실을 키워가고 있는 사람은 아

주 많습니다.)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성적인 제약이 없는 탓에 이런 우리 과의 장

점을 활용할 기회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이들이 수리적인 실력을 쌓거나 내실

을 기하여 다방면에서 제약 없이 무한경쟁의 job market에서 경쟁하는 동안,

여학생들은 많은 경우, 차별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signal을 확보하기 위해 에

너지를 소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signal 자체에 대한 심한 집착은 결국 고시

나 자격증을 확보한 후에도 내실이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차별이 개인적인 선택에 제약으로 작용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불행이 아닐 수 없지요. 같은 현상이 학벌, 지역 (요즘

엔 덜하지만)에 따른 제약에도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여성이 남성과 겨루어 진정한 실력만으로 경쟁을

할 수 없는 탓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여학생들은 risk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결국 여학생들은 행시 재경직이나, 사법시험,CPA 등 비교적 하

한선이 보장되는 진로를 선택하려는 비율이 높습니다.


p.s. 제가 지칭하는 것은, 사회적인 차별의 제약이 합리적인 선택을 제약하여

signal에 집착하게 되는 것을 일컫는 것이지, 고시나 자격증 자체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고시나 자격증이

성적인 제약을 떠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겠지요. 결국, 사회적인 제약은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을 제한하기 때문에 개인에게 불행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인 최적의 효율적 인원 배치를 저해하기에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