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을 보다 질문을 받은 부분이 있어 모아서 답을 올립니다. 특히, 여러분들이 궁금해 했던 언론개혁에 관한 제 생각의 일단도 적습니다. 앞으로 여러차레 관련되는 글을 쓸 생각입니다. 오늘은 가볍게 사례 중심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리지요.


1. 내년 미국 어디 가냐구요?

..따라 올려고 그러지요. 저는 3월 중순경까지는 서울에 있다, 4월초 부터 UC San Diago에서 한국경제를 강의 합니다. 여름에는 잠시 한국에 들어와있다, 가을에는 미국 동부로 갑니다 (보스톤/워싱턴 중) 혹, 내년 제가 있는 동안 근처에 오시는 분들은 놀러 오십시오.

2. 보수와 진보에 대한 의견?

일단 지난 주에 중앙일보 시평에 제 생각의 일단을 담았습니다. 저는 한국사회에서 제가 보수 인지 진보인지 영 헷갈립니다. (미국에서 살았다면 아마 온건한 진보진영에 속할 것입니다.) 신문이나 방송 (특히, 방송토론)에 나와 자칭 지식인이라고 설치는 분들의 잣대로 보면 특히 더욱 그렇습니다. 한 쪽이 말하는 것을 보면, 저는 보수반동에 속하는 것 같고, 다른 쪽이 말하는 것을 보면 저는 좌익진보 세력인 것 같습니다.
(진보와 보수 문제는 나중 다시 다루겠습니다)

3. 지난주 SBS 이문열 토론

한마디로 몇 달전 앤티조선 MBC토론을 방불케 하는 코메디...TV토론 에는 어쩜 그렇게 용감하고 똑똑한 분들만 토론자로 나오는 지...

그런 프로그램 왜 보냐구요? 잠시 눈길을 두고, 어떤 자들이 나왔나 보다 실소를 금치 못하며 (어쩜 저렇게 완벽하게 출연진을 골랐는지...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는데 이문열씨가 전화로 연결이 되더군요..그래서 조금 더 봤습니다.

여러분, 우리 나라 지식인들의 평균수준을 티비토론 출연자에서 찾지 마십시오. 그런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출연자들의 능력과 수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는 교수는 일단 가련하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이 기준에서 예외라고 쳐줄 경우를 본적이 없었습니다....앞으로도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양식있는 교수라면 그런 저질 잡탕쇼에 나갈 엄두를 못낼 테니까요.

4. 이문열씨가 잘못?

신문에 제 이름 달고 제 의견 말하는 데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뒤에 숨어 익명으로 사이버테러 가하는 좀벌레들,...권력의 가면을 쓰고 인권을 짓밟는 물뱀같은 족속들하고 비교할 수 없겠지요...저는 이문열씨의 조선일보 기고나 인터뷰 봤습니다..저하고는 생각이 많이 다르더군요..그러나 충분히 포용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그정도 말도 못하고 사는 세상이라면..옛날 군사독재보다 나을 게뭐가 있겠습니까..

엊그제 변협에서 발표한 성명서 봤습니다. 그정도 얘기는 그렇거니 하면 됩니다. 더 가관은 그것을 수정보완이나 하듯 일제히 보수신문에 시론을 쓰고 나오는 변호사나 교수 무리들입니다. 그렇게 용기있으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하군요...

대제, 보수라고 자칭하고 폼잡는 분들은 행동도 진짜 보수적이더군요. 요즘 글쓰는 것들 보면 서슬이 퍼렇던데...그정도로 실망하고 흥분했다면 지식인의 책무로써 옜날에 할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발언은 진보세력이나 정권측을 비호하는 말은 아닙니다. 요즘 난데 없이 나서서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 한심한 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입니다; 김영삼 정부 말기도 한 번 보십시오...시체가 다된 정권에 칼 꽃겠다고 나섰던 무수한 지식인들..)

...정말 요즘 세상돌아가는 꼴, 실망스럽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것을 뺏으려는 사람들의 싸움은 보긴 지겹지만...이해는 갑니다..그것이 평생직업인 사람들이니까..그런데..무슨 교수니 문인이니 기자니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지적" 추태/행태는 정말 대갓집 똥개들이 주인 비위 맞추려고 짖어대는 것과 크게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정치인이라고 다 용서되지는 않지요...추미애 의원, 술먹고 한소리 기사화해 속 상했겠지만 그렇다고 술깬 다음에도 계속 이놈, 저놈 해대면 곤란하지요...그러다가 공개석상에서 이년, 저년 소리 들으면 어쩔려고....얘기가 나왔으니...아무리 그래도 취중발언을 녹음해 1면에 쓴 조선일보의 태도 역시 납득하기 힘듭니다...그런 기사는 3-4면 의 정치면에서 박스기사로 다루어야 합니다.)

5. 조선일보에 대해

얼마전 잘 알고 지내던 조선일보 기자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솔직하게 조언을 해달라고. 한 마디로 짤라 실망스럽다고 했습니다. 요즘 조선일보에 글쓰기가 망서려진다고..왜? 정부의 탄압 가능성 때문에?? 천만에요!

솔직히 작년6월 부터 올 여름 까지 1년여 동안 저는 조중동 3대 메이저에 16번 정도의 시론을 썼습니다..,아마 모든 필자를 통틀어 1-2위에 들어갈 것입니다..정권에 찍힌 교수 1-2위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제가 글을 쓴 것은 경제학자로서 순수한 동기에 의해..경제문제에 대해 쓴 것입니다.

2000년 여름 정부는 각종 달콤한 말로, 경제의 낙관론을 퍼트렸습니다.. 당시 저는 소수의견의 대표적인 필진으로 열씸히 썼고 (경제신문, 주간지 까지 합치면 30편이 넘습니다), 방송사 메인뉴스(8-9시 뉴스; 토론 프로에는 물론 안나갑니다)에도 자주 얼굴을 비쳤습니다. 농담같이 들리겠지만, 경제뉴스만 생겼다 하면 재경장관 인터뷰뒤에, 제 인터뷰가 따라다닐 정도 였습니다. 무슨 시민단체 간부도 아니고 일개 조용히 지내던 젊은 학자가 그렇게 등장하니 모두들 의아하게 여겼겠지요. 솔직히 한동안은 신문기사, 방송인터뷰 거절하는 것이 오후의 일과인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기자들이 절 좋아했고...저는 지금도 그 쪽에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에 비해 글을 아껴서 씁니다. 우선 다른 일로 바쁘기도 하지만 이제는 어차피 경제가 어려운지 누구나 다 알기 때문입니다..저 보다 유능한 분 들이 열심히 나서 경제가 어렵다 해대는데 저 같은 사람까지 나설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작년 여름-가을은 정말 전쟁이었습니다. 관변학자들은 물론, 일반 교수들도 "경제가 왜 어려워, 거시지표가 좋은데"...하고 우리를 빈정거리는 글을 썼습니다...당시 저는 제 양심에 의해 피해를 볼 각오를하고 발벗고 나서기로 했습니다. 정말 아무도 안 나선다면 나라도 나서겠다고, 정부의 경제예측과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던 것입니다.

경제는 결국 가을부터 하강하기 시작했고, 미리 준비를 못한 덕에, 지금도 여전히 어려움과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어려운 것과, 그 와중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죽을 쓰고 있는 것은 구별돼야할 사안입니다.

제가 당시 조선 동아 중앙 등 소위 보수 신문에 글을 주로 쓴 것은 제가 보수적인 학자래서가 아니라, 바로 이 신문들이 비판기능을 하는 신문이고, 또 여론을 주도할 능력을 갖춘 메이저 신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경제가 걱정이 되서 소신껏 말했고, 어떻게 하다보니 저에게 신문/방송의 기회가 집중되었던 것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조선이 겪는 어려움 충분히 이해하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동감합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주력필진 3인(김대중 유근일 홍사중)의 글이 막말에 가까울 때가 있을 정도로 감정에 치우치고 컬럼에 동원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제 분야에서 별 존경도 받지 못하는 목소리만 큰 분들 뿐이라면, 저는 조선일보에 글 쓸 자신이 없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조선일보 기자에게 했습니다. 진지하게 경청하기에, 평소에 제가 느끼는 조선일보의 문제점 (앤티조선 하는 분들이 들으면 성에 안차겠지만, 학자의 입장에서...정보의 독점이 갖는 잠재적 위험에 관한 것들입니다...소위, Agenda setting에 관한 얘기입니다) 까지 얘기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 중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습니다...저는 이 젊은 기자들의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 엘리트로서의 프라이드..정부비판을 서슴치 않는 용기..를 높이 사는 것이지...싸움판의 한축에 서서 보수색깔의 맹주를 자청하는 언론사로 비춰지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답해드린다는 것이, 막상 글을 쓰다보니 핏대도 나고 그러는 군요. 그렇습니다. 설치고 나설 용기는 없지만, 조용한 연구실 구석에서 이래서는 안되는 데 하고 걱정하는 지식인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얼마전에 쓴 '일그러진 이념논쟁' (대주주의견)이 제 생각의 솔직한 한 끝을 보여주는 글입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데로 요듬 세상돌아가는 모습에 대한 제 소감을 차례로 싣겠습니다...궁금하신점 있으시면 질문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