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시죠!

날씨가 한없이 변덕을 부려요. 나시티를 입던 미국아해들이 놀라기에 충분한 ^^ 기온에 민감한 사람들인지라, 갑자기 추워지면 10월임에도 불구하고 털모자, 장갑, 목도리로 '무장'하고 등장하죠
사실 계속 미루어오던 페이퍼를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럴 때일수록 다른 데에다가 글 쓰고 싶어지는 이 충동.. ^^;;

msn 메신저 때문에 요즘 한국에 있는 애들하고 가끔씩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오히려 그네들이 저보다 미국현황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더라구요.
문명과의 단절을 절실히 느끼고서는 인터넷상으로 New York Times를 봤더니 탄저균에 대해 나왔더라구요.. 음.. 모르고 사는게 더 맘 편한 것 같기도 해요 ^^;
아, 탄저균이 영어로 Anthrax래요. 몰랐음 ^^;;;

여기는 중간고사란 게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래서 경제학과 과목 같은 건 prelim이라고 해서 중간고사를 보긴 하지만, 다른 과목들은 대부분 에쎄이로 대체하거나 틈틈이 보는 chapter test로 합산을 하네요...
대신 기말고사는 한 마디로 '죽음' 인 것 같아요.
영문학 과목을 하나 듣고 있는데, 큰 에쎄이 두 편에다가 기말 한 번인데.. 기말고사 범위가 미국문학 소설 한 15권~20권은 되는 것 같아요. 우~~에~~~
차라리 소설은 나은데 Emerson 같은 사상가가 쓴 에쎄이나 논문을 하면 도서관서 한 시간 내내 같은 장을 '바라보기'만 한답니다. ㅋㅋ
아무래도 그런 상식면에서는 (사상이나 철학) 얘네들이 우리보다 더 많이 아니까요... 제 머리 속에서는 고등학교 때 왕창 외웠던 사상가들 이름들이 다 뒤죽박죽 섞여있어서리.... ㅠ.ㅠ

아, 제 룸메이트의 후담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 이태리 남자애 Marco는 끊임없이 전화를 해대는데,
미키(제 룸메이트)는 걔가 별로래요. ^^ 이태리 남자의 열정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나.. 푸히.. 하긴 점수 좀 따려고 저한테두 잘해줄 때는 저조차 부담스러우니 미키는 오죽하겠어요.. 불짱한 말코..(음.. 한글로 쓰니 이름이 이상하네요..^^;; 마르코로 수정)
선생님 충고대로 프랑스 남자를 찾아보려고 하였으나... 잘 보이질 않네요. ^^

음.. 중급 미시 경제를 듣는데, 경제학 과목은 다른 어떤 과목들보다도 남자애들이 많아요. ^^v
nyu의 stern대학(경영, 경제학)은 항상 미국내 상위 10위 안에 드니까 애들이 자부심이 대단해요. 어떤 애들은 심지어 자부심을 넘어서서 자만심으로... -.-;
역시나 동양애들과 인도애들이 많은 편이죠.
정말 똑똑하고 독창적이다...라고 생각하고 감탄하다가도 어떤 애들은 이상한데다가 토를 달고 이상한 질문을 해대면 미안하지만 짜증이 나요. 물론 잘못된 건 줄은 알지만 한국식 교육처럼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ㅋㅋ 아무튼 그런 애들이 한없이 질문을 해대면 수업 진도는 절대 못 나간답니다.^^

친구들과 먹는 것에 맛을 들여서 큰일입니닷... 중국음식도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데 맛있구요, 멕시칸 요리, 심지어는 아침에 먹는 따땃한 베이글도 너무 좋아졌어요. 여기는 일식이 붐을 일으켜서 코너마다 일식집이 있고 저희 기숙사 문에는 일식집 배달 메뉴들이 짜다락 붙어있습니다... 어제는 옆방 애들이 저더러 일식집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묻더라구요. 제일 좋아하는 게 일본 사케(술)라면서.. (사실 얘네들 다 19살이라서 술 못 마시는 나이인데 기숙사에 술 쌓아놓고 살아요 ^^)

얼마전에는 옆방 알리아의 남친 생일이어서 자기가 직접 스시를 만들어줄꺼라구 부산을 떨더라구요. 그런가보다하고 늦게 집에 돌아왔더니... 이건 완전히.... 김에다가(양념 안 된 거) 밥 넣고, 계란 넣고 만 게 전부더라구요 -.-;; 예의상 하나 먹고 맛있다고는 해줬으나, 차라리 내가 도와줄껄.. 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저 요리 잘 못함)그래도 남자친구가 아주 기뻐했다는 얘기를 듣고 축하의 한 마디도 덩달아 해줬습니다. *^^*

하나씩 알아가는 이 기쁨.
학문적인 건 아니라서 교수님께서는 실망을 하시겠지만, 얼마전에 blt가 뭔지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bacon, lettuce, tomato sandwich의 준말!!!
히힛. 여긴 하도 abbreviation을 많이 써서 정말 왠만해서는 먹고 싶은 거 못 시켜먹어요. ^^
먹고 싶은 걸 먹고자 혈안이 된 ... @.@

요즘 한창 중간고사다 에쎄이 제출기간이라 정신이 없네요.
맨날 맨하탄 한복판만 다니니까 가을이 다가왔음을 기온으로밖에 못 느끼는데
이 모든 걸 해치우고 나서, 좀 만끽해야겠습니다.

아, 호정이는 저저번주에 큐슈대로 갔어요.
자전거로 등하교하고.. 재밌다고 하네요 ^^

늘 건강하시구요..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만 해서 죄송하옵나이다. ^__^
'자유'게시판이니.. 넓은 아량으로....
선생님, 글 좀 많이 남겨주세요~ 선생님 글 읽고 싶사옵나이닷!
건강하시구요, 또 놀러오겠습니다

이수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