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군요.
그날 별로 말씀 안 하시기에 참 과묵한 분이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글구... 그날 학생들 면접보러 오신 분은 92학번 김은혜 선배예요. 다음날 제게 따듯한 인사 메일까지 보내셨더군요.

근데 언제 그날 밤 멤버들이 모이나요? 다시 한번 여러분들 만나고 싶네요.^^
그날 제대로 얘기 못 나누 분들도 많아서 빨리 한번 만나 뵙고 싶네요.

글구 저희 <열린책들> 책을 좋아하신다니 좀더 열심히 책을 만들어야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참고로 책 만드는 것은 다른 상품들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장인 정신이 투철해야만 하거든요. 그리고 병적인 꼼꼼함까지도. 그래서 저도 거의 편집증 환자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도스또옙스끼 전집은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보급판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근데 고시 공부하신다고 하셨는데, 읽으실 시간이 있으신지? 그렇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하나만 읽어도 될 겁니다(아니면 <죄와 벌>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 간결한, 그래도 깁니다만, 훌륭한 작품이지요). 물론 길기도 깁니다만, 거기에 인간 도스또예프스끼의 핵심적인 것들이 다 들어 있으니까요. 사실 한 작가가 처녀작부터 죽기 전까지(<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도끼가 죽기 전까지 썼던 것인데 전 2부로 구상했던 걸 1부밖에 쓰지 못하고 죽었답니다) 글을 써 내려가지만, 그것들에는 아시다시피 어떤 흐름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 작가 혹은 학자, 정치가들 등등도 어떻게 보면, 한계이지만 그것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몸(정신, 육체, 영혼 다 포함)과 그가 살던 시대의 요구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일 그의 전 작품을 다 읽는다면 도끼를 더 잘 이해하고, 한 작가, 현대를 가장 잘 파악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인 그의 청년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흔적을 좇아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책으로밖에 만날 수 없지만, 독자의 몸 안에는 그가 살아 있게 되는 거죠.

덧붙여 한번 읽고 버릴 책 아닌 다음에야 나중에 가면 좀 더 보완된 책이 나오니 굳이 지금 책 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한국어 번역판이라는 게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원어 판본을 읽기를 추천합니다(그래도 도스또옙스끼 전집은 열린책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입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말 번역판도 마찬가지죠.
저자가 아닌 다음에야 번역을 하는 과정에 번역자의 사견이 첨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물론 안 읽는 것보단 한글 번역본 읽는 게 낫지만).

또 곁다리로 말하자면, 심은하 씨도 책을 좋아한다며 모친께서 직접 전화해서 작년에 도끼 전집 구입했답니다. 글구, 문성근 씨도요.

그럼, 다음에 모일 때 제 메일로 꼭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