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의견에 써 있는 글을 보고 궁금해서 조선일보를

뒤져봤더니 정말 그런 기사가 났었군요 ^^

파이퍼 부부 이대 건축비 내며 유지-관리비도 '보증' (2001.10.05)

별도로 5만달러 기증…68년만에 수익금으로 단열공사

“100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혜안)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요즘 이화여대 교직원들은 지난달 시작된 이 대학 본관 건물 ‘파이퍼 홀’의 겨울나기 공사를 보면서 이렇게 되뇌곤 한다. 이들이 말하는 ‘혜안의 주인공’은, 68년 전인 1933년 대학 본관 건물 건축비로 미화(미화) 5만달러를 기증했던 미국인 고 파이퍼(Pfeiffer) 부부. 이들은 당시 건축비(5만달러)와 별도로 건물 유지·관리비로 5만달러를 더 내놓았는데 1억5000여만원이 드는 지금의 공사비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파이퍼 부부가 당시 내놓은 5만달러는 지금 500만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거액이지만, 이들은 한국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한다. 이화여대 설립자인 아펜젤러의 설득에 기부를 했다는 파이퍼 부부의 신상을 대학측도 잘 몰랐으며, 단지 ‘이화여대 100년사(사)’에 ‘자수성가한 뉴욕출신 사업가’로만 적어놓고 있을 뿐이다.

지난 35년 완공된 지상3층 지하1층, 연건평 1360평의 화강암 석조 고딕양식 건물인 파이퍼홀은 현재 총장실을 비롯한 대학 행정부서가 사용하고 있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2·3층이 날아가버리는 수난을 겪으면서도 파이퍼홀은 이화여대의 상징으로 꿋꿋이 버텨왔다. 여기에는 파이퍼 부부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배려가 큰 몫을 했다. 건축비와 별도로 건물 유지관리비로 내놓은 5만달러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지금까지 건물유지관리를 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 내 「이화여대 국제재단」은 본관 관리비용으로 매년 2만달러 정도를 보내주고 있다.

그러던 차에 겨울만 되면 추위에 떠는 교직원들을 위해 창문 330개를 방한용 유리창으로 교체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이런 공사를 하겠다는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난 여름 미국을 방문한 이 학교 장상 총장은 파이퍼 부부의 기부금을 관리하고 있는 미국 내 재단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재단측은 “당장 공사하라”며 기금 수익금에서10만달러를 내놓았다. 66년 전에 내놓은 유지·관리비 5만달러의 수익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최애경 대외협력처장(비서학과 교수)은 “본관 현관에 걸린 파이퍼 부처의 사진을 보면서 ‘두 분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됐어요’라는 혼잣말을 건네곤 한다”며 “지은 지 얼마 안된 한강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우리 현실에서 100년 앞까지 헤아려 가면서 기부를 하는 미국인들의 지혜가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