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잡지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 교수의 대담 기사 가운데



"이런 점에서 영국 같은 경우는 우리를 기죽게 합니다.

옥스퍼드대학에 400년 묵은 건물의 대들보가 낡아서 그 대책을 위해 책임자들이 모여서 의논을 하였답니다. 그 도중에 학교의 역사에 제일 밝은 사람이 학교의 건축물들에 관한 오래된 문헌을 뒤적여 보니까 400년 전에 그 건물을 지었던 건축책임자가 썼던 일지가 나왔어요.
거기엔 대들보가 400년 뒤쯤 썩을 거라는 이야기가 적혀있고, 그때 쓸 새로운 대들보를 위하여 학교의 어디어디에 지금 참나무를 심어놓는다는 기록이 있더라는 겁니다. 과연 그곳에는 수령 400년의 참나무가 있고요.

그러니까 400년 뒤에 쓸 나무를 지금 준비해둔다는 것-- 나는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문화라고 봅니다. 우리의 현재 삶은 이런 의미의 문화적인 삶을 근원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울긋불긋한 사치품을 달고 다니고, 물건을 많이 생산하고 소비한다고 해서 문화생활이 아닙니다. 근본이 뒤틀어져 있고, 한 치 앞의 미래에 대한 고려도 없는 삶이 무슨 문화입니까. 야만 중의 야만이죠. 우리는 모두 뜨내기예요. 자신과 이웃의 삶에 아무런 장기적인 전망이 없잖아요."

p.s. 사실 이 글은 제가 직접 찾아낸 글은 아니고 제 동아리 선배가 알려 준 것입니다. 물론 그 선배가 이 뒤에 덧붙인 말은 이 글만큼이나 진지했는데, 그건 제가 잘라냈습니다. 본인이 쑥스러워할 것 같아서요. 여러분들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