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조 학생

나는 보통 학생들을 이런식으로 부릅니다. 물론 이름을 직접부르며 반말을 주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두해전 우리 학생들이 이대 사상 첨으로 본관 현관 유리창을 부수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이슈드라..아무튼 나중 총장실까지 점거했었음..원래 이대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뻔질나게 신문에 잘 나는데...예컨대 "기숙사를 새로 짓는다, 이화의 사위들이 총장공관에서 파티했다" 등등 별 유치한 것 까지 신문에 나는데...이대가 원래 "영부인" 과 "언론"이라면 사죽을 못 쓰지요..그런데 이런 역사적인 장면은 절대로 언론에 보도 되지 않았음...역시 언론과는 친해야 되)

근데, 그때 흥분한 학생들에게 학생부처장인가 하는 교수가 반말하다 "왜 반말이야" 하고 욕을 먹는 장면을 지척에서 목격한 다음 부턴..소심해져 학생들에게 눈치를 보며 반말을 합니다. 물론 까만조씨라고 씨자를 부친 것은 쫄아서가 아니라 졸업생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단 사회인이 된 분은 아무리 잘 알더라도 "어른"대접을 해드립니다. 그래서 씨자를 붙였는데 서운했나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호칭을 한 번 바꿔 보았습니다. 듣기 좋나요?

지난번 보내준 메일(한달전)을 보고 그냥 넘어갔는데, 답장이 없다고 다그쳐서(2주전), 드디어 오늘 다시 메일을 읽었습니다. 다 좋습니다. 경제학 공부를 하고 싶고, 또 하고 있다 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자문은 쉽게 하기는 힘듭니다. 저는 힘든 질문에 부딪치면 끙끙거리기 보다는 "잊어버리는" 것으로 해결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분명히 지나번 메일을 읽고도 그냥 슬그머니 넘어갔나 봅니다.

언제 한번 기회를 봐서 저와 편한 상담을 한번 합시다. 따로 오실 것 없고, 우리 연말 쫑파티 하는 날 일단 삼배 정도 하고 따로 저와 잠시 얘기하면 될 것같습니다...진지하지 않다고 느낄 지 모르지만, 글쎄요...경제학 전공한 학생들도 공부 더 한다면 말리는데...학생같이 비전공자, 그것도 할머니 대열에 끼어서 경제학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맨 정신에 사무실에서 상담을 합니까.

그건 그렇고...내가 옛날에 잠시 올려 놓았다 삭제한 잡시(사실은 일기) 2편을 읽었다니 놀랍군요. 둘다 아주 즉흥적으로 끄적인 것인데...사사로운 감상에 젖어 일기 쓴 것을 남에게 보이기 뭐해 삭제한 것입니다.

아마, 이번 겨울에 열심히 해서 내년 신학기 무렵에는 책을 2권 낼 생각입니다 (미국으로 떠나기전에..)....그동안 몇년씩 미뤄두던 책을 쓰는 이유는 돈이 아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년이 연구년인데 봄에는 UC 샌디에고에 가서 강의를 하나 하고, 여름에는 서울에 왔다, 가을에는 동부로 갈텐데..그후, 내년 3월에 예정대로 이대로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 있는 요리 전문대학에 학생으로 등록할 생각이 있다고 다세 수업시간에 밝힌바 있습니다 (나의 장래희망이 "드라마 작가" 와 "호텔 주방장" 이란 것은 아시지요.) 근데, 요리 대학은 등록금이 꽤 비쌉니다. 한 학기만 다녀 보고 싶은데...그래서 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아마 2002년 3월에 이대로 돌아와 강의를 하고 있다면 책이 잘 안팔린 경우일 것입니다.

아무튼 책 초고가 마루리 되면 한번 자문을 구하지요.

아, 원래 이글은 이메일 답신으로 썻다가..시험기간이라 KCEF가 썰렁하다는 학생의 코멘트가 생각나 여기에 올립니다. 남이 봐도 흉될 것 별로 없는 내용이기에.

그나 저나 요즘 학기말이라 소주주의견이 딸리는데...글좀 하나 써서 올리세요. 아무 내용이라도 무상관. 다만 "의견" 이니까 의견 처럼 쓰면 됩니다. 물론 토론에디터에게 허락 받아야 실립니다.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