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ef 토론에디터 largesea입니다. 위에 글을 쓰신 분께서 이 변호사의 글에 대한 교수님의 코멘트를 받고 싶어하셨는데 이 글에 대해 토론에디터도 몇 마디 코멘트를 할까 합니다. 제 코멘트는 크게 2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 부분은 토론에디터로서 소주주의견용 초안을 받았을 때 하는 식으로 코멘트를 하겠습니다. 소주주의견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이걸 보면 좀 참고가 될겁니다. 소주주의견 코멘트는 내용적 측면에서는 하지 않고 주로 논리적 측면과 문장구조의 측면에서 이루어집니다.

두 번째 부분은 한 개인으로서 이 변호사가 쓴 글에 대해 코멘트를 하겠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꼬투리를 잡아 공격을 가하는지를 보면 글에 있어 정확한 논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글이라는 것이 어떻게 한 순간에 무너지는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토론에 있어 어떻게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가에 대한 한 예가 될 수도 있습니다.



1. 소주주의견 코멘트

'그러나 이는 원칙과 예외를 혼동한 것이다.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근거한 경제에 관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은 어디까지나 화폐경제, 자유경쟁 등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사적자치의 기본을 유지하는 범위내에서 법치국가적 원리에 따른 최소한에 그쳐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 '원칙과 예외를 혼동한다' 하였으면 다음 문장에서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예외인지를 나누어서 쓰는 것이 논리를 명확히 함. 2번째 문장의 주어인 '규제와 조정'과 동사인 '의미하다'가 일치하지 않음. '의미한다'는 동사의 주어로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함.

'각종 경제 구조조정 행위는 뚜렷한 법적 근거없이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의지에 의해서 국민적 합의 내지 동의라는 명분(목적의 정당성)을 근거로 타율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헌법상 적법절차, 기업활동의 자유, 재산권 및 경제적 영역에서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처사가 아닌가 한다.'

-> 주장이 논리적이지 못함. 앞부분은 근거, 뒷부분은 주장으로 볼 수 있는데 앞의 근거가 뒤의 주장 중 '재산권 및 경제적 영역에서의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

'아무리 경제난국 돌파와 개혁이 중요하고 그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자유시장 경제원리에 입각한 법적 형태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성공을 거두기가 어려움은 물론 대외적 국가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 여기서 말하는 '이는'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음. 물론 '구조조정'을 말한다고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명사는 어디까지나 앞에 나온 말이나 문장을 받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적절한 대명사의 사용 요함.
또 법적 근거없는 구조조정이 왜 '대외적 국가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지가 불분명함. 가끔보면 이처럼 아무런 근거없이 그럴듯한 말이면 그냥 가져다가 주장으로 펴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근거 없으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음.

글쓴이는 지금 '법치주의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무시된 현재의 구조조정이 가져온 문제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끝에서 두 번째 문단에서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추상적 문구에 머물러 구체적으로 '법치주의가 무시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에 대한 논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지 헌법적인 이유에서만 그런 주장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으로 '법치주의가 무시되었을 때의 폐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2.법적 코멘트

(1) 인용된 '국제그룹 해체 사건'은 현재의 구조조정 상황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국제그룹 해체 사건은 정부가 공권력을 비밀리에 이용하여 정권의 말을 듣지 않는 국제그룹을 강제로 해체시킨 것으로 구조조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치적 사건이다. 물론 이 사건과 현재의 구조조정은 '법적 근거없는 공권력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일치하는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권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하여 벌인 정치적 사건을 근거로 '현재의 구조조정의 부당성'을 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국제그룹은 부실그룹이란 미명하에 강제로 해체된 것이고, 현재의 구조조정은 실제로 '부실그룹'을 정리한 것이므로 두 사건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2) 글쓴이는 정상적인 입법절차가 어려웠으면 금융실명제와 같이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해서라도 법치주의를 준수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실명제 당시 발동된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에 대해서는 헌법적으로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이런 긴급명령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요구되는데 이 요건을 본 긴급명령이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본래 긴급명령은 입법부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하는 것으로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의 수정형식이다. 따라서 긴급명령은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서 발하여져야 법치주의 원칙에 적합한 것이 된다. 법치주의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처럼 법치주의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는 금융실명제 관련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모순이다.


ps. 소주주의견 코멘트는 좀 강하게 했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강하게 하지 않습니다. 괜히 쫄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