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친구들과 친구 어머니와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골든 글로브 상을 받기도 한 '뷰티풀 마인드'를요.
개봉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볼까말까 망설였는데, (상 타면 보고 싶던 것도 보기 싫은 경우가 있음) 결국엔 보게 되었습니다.

음.. 화폐금융론이나.. 미시경제나 그런데서 내쉬 균형 배우잖아요....
저번 학기에 중급 미시 시간 때 교수님이 내쉬 이론을 설명하면서 이러시더라구요
"이게 보기에는 쉬운 이론 같지? 그렇지만 생각해내기는 정말 힘든 이론이었어"
아무튼 그 유명한 내쉬 (John Forbes Nash Jr.)의 삶을 그린 영화예요.

천재는 천재인 대가를 치루나봐요.
20살 때 프린스턴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21살 때 저희가 지금 배우는 이론을 논문으로 작성한 것이었대요. ^0^;;
그런데 30살 정도 때 이름도 어려운 (아직도 발음 못함) schizophrenia 라는 정신병을 앓게 된거죠...
증상 중 하나가 환영을 보는 건데, 정말 식스센스를 다시 보는 느낌이었어요.
(자세한 줄거리 생략 ^^)

여차여차 우여곡절 끝에 몇 십년이 지난 후에야 증상이 좀 나아서 다시 연구도 하고 노벨상도 타게 되었는데 (1994) 뒷부분에서는 찡해서 눈물이 계속 나오더라구요.
같이 간 친구들도 눈물이 글썽글썽.

영화를 보고 동명의 biography를 읽었는데,
실제 삶은 더 비참하더라구요.
노벨상 타기 전에도 내쉬는 미쳤다고 상을 줄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비판도 많았고
설상가상으로 내쉬처럼 정말 비상했던 아들도 실제로는 지금 몇 십년 째 내쉬와 같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하네요.....그리고 영화상에서는 계속 아내로 남는 알리샤도 실제로는 정신병 앓은지 얼마 안 되서 이혼했다가 나중에 내쉬를 돌봐주던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자 그냥 자기 집에서 살게 해준거래요.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둘이 다시 결혼을 하게 된거죠.


내 룸메이트는 보고 오더니, 오로지 내쉬가 west virginia 출신이라는 사실에만 기뻐하고 있답니다.
(내 룸메이트도 W. Virginia 출신)
W. Virginia에 바보들만 사는 줄 알았는데 이런 천재가 있었단 게 신기하대나~ ^^a

연기면에서 볼 때는, '글레디에이터'로 뜬 러셀 크로우가 생각보다 연기를 잘 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글레디에이터의 멋있는 역할을 버리고, 미친 사람 역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제니퍼 코넬리는 기혼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매력적이긴 했어요.
(골든 글로브까지 탈 정도의 연기였는지는 잘 모르겠음)

룸메이트 말로는 러셀 크로우가 억양이 전혀 W. Virginian이 아니었다고 그러고(출신에 대한 집착), 경제 교수님께서는 상당한 불만을 지니고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제 사견으로는 볼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상깊었던 것은, 술집에서 급우들과 펼치는 애덤 스미스 논쟁이었어요.
그 때 막 금발의 미녀와 '그다지 이쁘지 않은' 친구들이 들어왔거든요.
내쉬는 애덤 스미스의 말이 틀렸다고, 모두가 자기 이익만 찾고 행동하면 저절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더라구요.
이론인즉슨, 모두가 그 금발을 선택하면, 서로 싸우다가 아무도 금발을 가지지 못할 것이고, 꿩 대신 닭이라고 다른 여자들에게 가봤자 걔네들은 자기네들이 차선이라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서 돌아서버릴 것이라고. 그렇게 되면 모두의 효용이 0인데 반해, 모두가 금발을 무시하고 나머지 애들을 한 명씩 가지면, 비록 금발을 갖는 것보다는 효용이 떨어지지만 0보다는 낫다는 것이죠..
^^;;;
이게 게임이론의 시발점.
늘 상대의 선택을 예상하고 그 전제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낫다는 것... (가물가물)

갑자기 정신병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오늘 신문을 보니까 어떤 한국 교포 출신 학부모가 MIT를 상대로 고소를 한다고 나와있더군요.
Elizabeth라고 하는 딸이 2년 전 MIT에서 정신적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엔 자기 몸에다가 불을 질러 자살했거든요. 근데 부모들은 계속 자신의 상태를 호소한 딸을 방치한 MIT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거죠...
누구 책임인지는 모르겠지만 MIT 에서 1990년 이후 12명이 자살했고, 지금 현재 89%가 정신상담을 받고 있대요.

똑똑한 게 정말 부러울 때도 있지만, 가끔은 평범한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는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구요. 정말 정신병이란 게 답답하기 그지 없더라구요. 아무도 자기를 안 믿어주고,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고....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하루일지언정, 정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