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시원 섭섭한 일이었죠. 사실 회사를 다닐 때는 잠도 못 자고 한 이유로 회사 다니기가 싫었고,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일들에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그만두어서 백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백수 생활한 지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만두면 다시 인생 설계도 다시 하고, 활기 차게 살 수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만두니까 그게 아니더군요.

이제까지 몸담고 있던 일과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 참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에 대한 무서움도 만만치가 않아요.

실은 친구들에게 이제까지 자신감 넘치는 듯한 거짓말을 하고 다닌 건지도 모릅니다. 현실에 다시 부딪히니 멍합니다. 요새는 밤에 잠을 자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을 뿐더러, 꿈도 악몽만 꾸죠. 가령 회오리바람에 빨려 들어가는 꿈 같은 것만 꿉니다. 마치 이런 느낌은 제가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는데, 군대에서 갓 제대한 남자가 꿈속에서 다시 군부대로 복귀하는 듯한 공포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간에 일중독자가 되어서 그런지 아직 학생 때 느끼던 일상에 편입되지 못했고, 그래서 더 불안하고 울적하고 무섭습니다.

회사 생활 2년 7개월 동안 매일 빡빡한 업무 일정에 쫓기다 보니 정말 <인간 소외>의 표본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친구들 만나도 할 이야기가 없어지거나 그껏해야 회삿일밖에 얘기를 못하죠. 또 점점 친구들끼리도 만나도 차츰 할 말이 없어집니다.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 그런다구요?

그런지도 모릅니다. 저는 연애를 하지도 못하니까요. 그렇지만 저 같은 일중독자는 연애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겁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업무 진행을 위한 딱딱한 인간 관계만을 맺어 온 고로, 사실 조금만 인간적인 면을 보이며 이야기를 하려든가 하는 것을 듣게 되면 그게 이상해지니까 말입니다.

이런 후유증이 아직도 심각한 이유로, 인생 계획도 잘 못 세우고(세우려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지만 정리가 잘 안 되는군요), 정신을 못 차리고 한 숨만 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인생 계획을 잘 세우려고 해도 직장 생활(제가 다닌 직장이 구직자들의 일반적 기준으로 볼 때 나쁜 곳이긴 했습니다만)을 해본 저로서는, 현재는 다른 것을 준비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다시 그 시스템(이 용어가 적절할까요?)에 휘말려 들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합니다.

이 세상에 살면서 시스템에 포함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인 듯합니다. 이 세상에 당연히 발 붙여 사니, 그 시스템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당연해 보이니까요. (그래도 당연한 거라고 규정하지는 않으렵니다.)

그러나 요즘의 그 시스템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숨을 답답하게 하는 듯합니다. 적어도 제가 주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모두들 항상 자신의 한 치 앞을 생각하면 불안해 하고, 돈 있는 사람이든(그래도 돈 있는 사람들은 좀 다를 겁니다. 기회가 좀 더 많이 있으니까요. 없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그렇지만 그들도 그리 다를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없는 사람이든 쉴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표정은 점점 침울해지고, 잠시 웃어 보려고 하지만, 웃음은 즐거운 웃음이 아니라 쓴웃음이 되어 버립니다.

참, 어려운 현실입니다.

제가 너무 비관적인가요?

휴우~~~~

그래도 이렇게 한동안만이라도 한 숨 쉬며 푸념을 하고 싶네요. 지금은 잠시 그 시스템에서 도망나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