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인터넷에는 별의 별 정보들이 다 떠돌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

니 연예인들의 추한 모습만 담아놓은 싸이트가 존재하는 것이 이상

하지 않은데. 일전에는 대장금을 찍기 전에 한참 살이 쪄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이영애의 사진이 바로 그러한 싸이트에 올라왔더랬다



워낙 인형 같은 미모의 소유자인지라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이영애

인데, 그녀가 꽤 살이 쪘다는 사실은 나와 같은 범(凡)여성들에게 ‘충

격적인 희소식’이나 다름없었다. 여자 연예인 몸매가 대한민국 표준

여성 몸매인 줄로 아는 무지몽매한 우리의 남자친구들에게 ,우리의

옆구리 살이 ‘나만의 옆구리 살’이 아닌 ‘누구나의 옆구리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바로 그 한 컷의 사진으로 증명해 보일 수 있었던 것

이다.



바로 그 이영애가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어서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아직 통통하게 남은 볼살로 ‘장금이’가 되

어 온 것이다. 열살은 어려보이는 배우들과 같은 또래로 분(扮)하고

는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연기하는 것이 좀 억지스럽고, 유독 그녀에

게만 보얗게 처리된 화면을 비춰주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어쩄건

안방극장 애청자들에게 ‘이영애의 귀환’은 반가울 따름이다. 그도 그

럴 것이 장금이가 커다란 눈을 동글동글 굴리면서 방긋 웃을 때는 필

터링된 화면이나 약간 처진 볼살이나 목과 눈가의 주름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것이다. 게다가 장금이는 그 어렵다는 궁중요리도

척척 만들어 낼 뿐더러 드라마 속 ‘가장 멋진 남성’으로 설정된 것이

분명한 종사관 나으리의 사랑도 한몸에 받고 있지 않은가! 드라마에

한창 빨려들다보면 어느것이 나이고 어느것이 장금이인지 모르는 호

접지몽의 경지에 까지 도달하여, 실상의 나의 모습이 어떤지는 생각

지도 않고 장금이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

서 어쨌건 대장금의 한 극이 끝날 무렵에는 이내 기분이 좋아지고 만

다.



사실 곰곰히 따져보면 대장금 같은 그저 그런 뻔한 스토리에 내가

일희일비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천덕꾸러기 장금이가 이리저

리 세파에 시달리다 무너지고 일어서고 결국 성공하고 만다는 얘기

는 이미 콩쥐팥쥐의 근원인 효녀지은 설화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숱하게 반복되어온 누더기 같은 스토리가 아니던가. (신데렐라

를 생각한다면 비단 우리나라의 누더기 이야기 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인의 누더기 이야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차라리 같은 시

간대에 방송되는 ‘왕의 여자’가 이야기 자체는 더 재미있는지도 모르

겠다. 적어도 ‘왕의 여자’는 한 궁녀를 놓고 두 왕족이 경쟁한다는 신

선한 스토리를 내세우지 않는가! 게다가 등장하는 미남 배우들도 대

장금보다 왕의 여자가 더 많다. 이쯤 되면 야심한 시각의 안방극장

주 시청자들이 웬만하면 채널을 돌릴만도 한데, 오히려 대장금의 시

청률은 오르고 ‘왕의여자’는 조기종영 루머까지 나돈다.



원인은 하나 아닌가? 속칭 살기가 ‘팍팍’하니까 넘어졌다 일어서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고, 걷어차여도 끝까지 일어서서 종래에는 성

공을 쟁취한다는 이야기가 사랑놀음 이야기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입사 원서를 넣고 또 넣고 계속 넣어도 계

속 떨어지지만 언젠가는 취업이 되리라는 희망을 대장금을 보며 가

지는 것이고, 학생들도 주부들도 회사원들도 마찬가지 심경일 것이

다. 지금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이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한편 아프고 한편 씁쓸한 그 마음을 대장금을 보면서 달랠 수 있기

에 대장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 것이다.



어찌 들으면 서글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된 일상을 달랠 곳이 없

어 다들 TV의 성공스토리 드라마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 힘든 사회의

현실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상황이 나아지

고 생활에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사랑놀음 이야기로 사람들의 관심

이 옮겨갈까? 그렇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상황

이 나아져서 사람들이 대장금을 다시 보는 그날, 자신도 저처럼하여

성공했다는 웃음을 지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