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새해 인사 및 약속

KCEF 회원 여러분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보람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겨울방학 이후 너무 소식을 못 전한 것 같아 안부겸 몇 자 적습니다. 누구나 새해를 맞으면 이런 저런 새로운 다짐을 하지요. 저 역시 몇 가지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우선, 올 봄에는 전설로만 떠 돌던 책 2권을 기필코 내려고 합니다. 하나는 한국경제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한 ‘개방시대의 한국경제’이고 다른 하나는 KCEF에 실리는 ‘대학사계’ 입니다. 물론 잠시 중단했던 대학사계 연재도 곧 다시 시작합니다. (참고로 지난 11월 한국경제학회에서 발표했던 제 글-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의 모색: 정부의 역할-의 요약본을 첨부합니다)

저의 최근 학문적 관심은 ‘정부와 경제성장’ 이라는 큰 주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자원배분 과정에서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논리적으로 체계화된 모형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기적의 전도사가 됐다가 위기의 주모자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작년 연구년때 미국 NBER에 가있으면서 기초 작업을 했고 이제 본격적인 실증분석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성공한 개도국의 경우 성공한 정부가 존재합니다. 과거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 모형을 단순히 대외지향적-정부주도형 정도로 개괄해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외형적 측면에서 유사해 보이는 아시아 신흥공업국(4마리 용)의 경우 실제 정부의 역할과 대외정책의 내용은서로 다른 양태를 보입니다. 겉ㅇ로 보이는 증세가 유사하다 해서 원인이 반드시 같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공과가 어떻건, 한국 경제의 자원배분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미래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입니다.

왜 남미와는 달리 정부가 기업을 직접 소유 하지 않고(State-owned Company) 대신 은행을 통제(State-controlled Bank) 하는 방식을 택했는지, 재벌체제와 관치금융의 문제점을 말하지만 이것이 왜 정부 기능의 증세(symptom)에 불과한 지, 특별회계나 기금 그리고 한국은행 정책금융에 대한 비난이 많지만 이런 식의 정부자원 배분이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 왜 부패지수는 높은데도 고도성장이 가능했는지, 중앙집권적으로 보이지만 중앙정부내의 분권과 균형이 강한 이유 및 그 효과는 무엇인지, 왜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면서 미국 교과서와는 동떨어진 거시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 나라 기업의 모험정신이 각별한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외국자본에 의존하면서도 기술이전이 손쉽다는 직접투자 보다는 차관을 선호했는지 등 기존의 정설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제 연구와 관련해 겨울 방학 기간 동안에 몇 명의 임시 연구조교를 모집하는 공고를 막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몇 주 저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딸이 하나 생겼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애 보는 재미에 몇 주 동안 학교도 안 나오고 TV 출연이나 신문기고 요청도 모두 사양했습니다. 자식이 둘이면 됐지 무슨 늦동이냐 하겠지만 사실은 생후 두 달 된 개 딸입니다. 우리 집은 개나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가족 의사결정에서도 똑 같은 한 표씩 갖습니다(민주화). 그동안 KCEF에도 가끔 등장했던 팔팔이(남자개)가 있어 2남(개와 개 비슷한 아이 하나) 1녀였습니다. 자연, 피자나 족발시킬 때 남성의 선호가 주도했는데, 이제는 가족 성비가 3대3이 되었습니다. 사실 팔팔이가 나이를 먹도록 여전히 혼자 사는 신세라 측은해 친구 삼아 데리고 왔는데 처음부터 한 마리가 다른 쪽을 계속 괴롭히는 군요. 그래서 강아지를 남 줄까도 생각했는데 워낙 절세 미인인데다 머리도 좋아(한 마디로 최지우임!) 주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로 익숙해져 나름대로 적응은 하고 삽니다. 물론 팔팔이가 제 집, 제 밥그릇 다 뺏기고 강아지 눈치 보며 피해다니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딸 강아지 이름은 ‘사리’ 입니다. 지 언니 별명에서 따 온 것입니다(외식 나가면 어른 들은 제대로 냉면 먹고 자기는 사리만 시켜준다고 불평하다 생긴 이름..).

회원 여러분, 저도 글 다시 올리겠지만 여러 분들도 많이 참여해 주십시오. 자유토론실에 가면 성의 있고 재치있는 글 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특히, 공부 열심히 하라고 제 사무실에 금족령을 내리고 있는 일부 남학생 회원들도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으니 잘 챙겨봐 주십시오. 재미있는 얘기 다른 곳에서 보셨으면 쉬는 시간(Break Time)의 유머 란에 올려 주십시오. 우리도 웃고, 나도 외부 강의 나가서 써 먹게. 물론 영화 보셨으면 감상문 써주시고, 맛있는 집 정보도 많이 올려 주십시오.

이번 겨울에는 오랜만에 제가 직접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두 번 (화, 금 오후) 한번에 2-3시간씩 모입니다. 내용은 크게 둘로 나누어집니다. 1부는 유명한 저자의 글을 읽는 “PERSPECTIVE” 이고, 2부는 경제이론과 자료와 현실을 접목하는 DTR(data-theory-reality) meeting 입니다. 이제 좀 짜여 가므로 조만간 워크숍 내용을 아래 있는 워크숍 전용 컬럼에 전재할 생각입니다. 저희 회의실 의자 수에 맞게 정원을 정했는데…글쎄요 아마 다음 주 쯤에는 빈 자리가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 공부의 제1비결은 우직함/미련함! 이라는 교훈을 되새기게 합니다. 힘들지 않으면 얻기 힘든 법입니다.

이런 저런 일로 여전히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학기 중 보다는 시간, 아니 마음의 여유가 있습니다. 지난 학기 이런 저런 부탁이나 질문에 제대로 응해드리지 못해 늘 미안했는데 지금이라도 제가 도와드릴 부분이 있으면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시거나 아니면 이 메일 보내 주십시오. 여러분! 마음 잡고 힘 내서 멋있는 새해를 함께 만듭시다 (1/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