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등 미래정책 과감히 민간에 맡기자"  - 매일 경제 11월 17일

◆내년 예산ㆍ재정정책 전문가 좌담◆
세수 부족과 국가 채무 증가로 재정건정성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감세정책과 재정배분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연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김효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매경 본사에서 김종영 경제부장 사회로 긴급 재정정책 좌담을 열고 내년 예산편성 방향과 중장기 재원배분 계획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사회

=국가 채무가 빠르게 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김효석 의원

=올해 9조원대 적자국채가 발행됐고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적 자국채가 발행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북한의 체제 붕괴라는 우발 사태에 미리 대비하려면 재정건전성이 유지돼야 한다.

북 한은 어느 순간, 어떻게 무너질지 아무도 모른다.

독일의 경우 통일된 지 15년 이 지났지만 매년 재정적자가 7~8%씩 누적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조성된 공적자금을 갚기 위해 2027년까지 매년 2조원을 일반회계에서 출 연해야 하는 재정부담도 만만치 않다.

▲변양균 장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 규모가 가 장 작은 나라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규모가 작년 말 27.3%인데 우리보다 더 작은 나라는 멕시코밖에 없다.

행정수도 이전이나 통일준비, 저출 산과 고령화 등에 대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재정지출 중 복지지출은 26.6% 수준인데 이는 OECD 선진국 평균(51.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와 같은 양극화가 지속될 경우 1인당 국민소득 증 가율이 매년 1.17%포인트 하락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전주성 교수

=재정건전성은 숫자상의 국제 비교가 무의미하다.

문제는 기초 재정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 진중인 각종 사업 중에 예산소요가 불확실한 사업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행정도시 이전사업의 경우 정확한 예산 측정이 쉽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처럼 정치권 주장 때문에 정책 입안이 어려운 사례도 있다.

국가 부채비율이 외환위 기 이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 같은 세입ㆍ세출 여건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재정 리스크는 작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사회

=감세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나.

▲변 장관

=감세정책은 경기 효과가 미약한 반면 재정적자만 늘리고 형평성 문 제를 초래할 수 있다.

내년 일반회계 항목의 70% 정도는 지방교부금이나 삭감 하기 어려운 의무적 지출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감세정책이 추진되면 세출이 줄어들어 중소기업 지원이나 연구ㆍ개발(R&D)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

90년대 미국의 '신경제' 호황은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생산성 증가, 규제완화 정책 등 이 가져온 결과지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정책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 니다.

▲김 의원

=조세정책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분야다.

열린우리당은 재원 확보 는 제쳐놓고 복지 분야 등에 대한 재정지출만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처럼 국 가 세수를 고려하지 않고 감세정책만 주장해서도 안 된다.

지난해 소득세율을 1%포인트 인하한 결과 국가 세수가 1조4000억원가량 줄었다.

그러나 중산층 봉 급생활자들은 소득세율 인하로 월평균 2000~3000원 세금을 덜 내는 효과를 거 뒀을 뿐이다.

▲전 교수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 다.

국민들은 내가 낸 세금만큼 정부가 일을 하는지 의심하고 있다.

야당의 감 세안은 정치적 모멘텀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감세정책 이 지나치게 정략적이라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사회=현재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복지보다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 는 지적이 많은데.

▲김 의원

=성장만 하면 분배는 자동적으로 뒤따른다는 과거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작년과 올해 수출호조에 따라 기업 이익은 늘어났지만 내수 소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고용직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등 고용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변 장관

=재정지출은 분배ㆍ성장 논란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분배ㆍ성장의 이분법적 경계선이 갈수록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육아 지원이나 보육대책은 복지예산으로 분류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을 확대시켜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준다.

사회적 일자리도 복지예산이지만 성장동력과 직결되 는 분야다.

특히 주택이나 교육 분야는 공적지원이 줄어들 경우 개인이나 기업 등 민간 경제활동의 부담이 늘어나 결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전 교수

=재정배분은 규모 면에서 항상 제약이 뒤따른다.

단기적으로 성장과 복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분배 분야의 예산지 원이 과도하게 약화되면 정치적인 지배력 추구행위가 조장될 가능성이 높아진 다.

분배 정책이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다 보면 오히려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

=미래 재정소요를 위한 정부 대책은.

▲김 의원

=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제도를 축소하고 소득세 면세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세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국세청이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탈루소득도 연간 5조원에서 최대 10조원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 다.

지난해 세무당국의 세무조사는 전체 법인의 1.3%, 개인 납세자의 0.15%에 불과했다.

탈루소득을 철저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하 다.

▲전 교수

=정부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재정 소요는 커지는데 비해 예산수입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에 정책을 상당부분 이양해야 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막대한 재정부담이 요구되는 고령화, 저출 산 대책의 경우 민간기업들이 사회적 보험성격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 다.

다만 국민연금과 같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연금제도는 정부가 적극적 으로 개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변 장관

=국가별로 보면 미국 일본은 국채발행을 늘려 재정수요를 마련했고, 유럽은 조세부담을 늘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우리 정부와 국민도 선택의 기로 에 직면했다고 본다.

현재 각종 조세감면 정책은 연간 18조원을 상회하는 규모 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세감면을 10%만 찾아내도 2조원 규모의 국가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예산 줄이기만 갖고는 미래 재원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참석자 =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 김효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 전주성 이 화여대 교수 / 사회=김종영 경제부장 [정리 = 채수환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